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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_63) 군벌 - 이건일 오랜만에 중국사의 세계로 돌아왔다. 근대 중국사를 이해하기 위해선 군벌에 대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조금 과장하면 중국 근대사가 곧 군벌사라고 봐도 될 정도니까. 지금까지 내가 알던 중국사는 굉장히 피상적으로, 대충 사건만 읊자면 신해혁명 - 북벌 - 국공합작 - 중일전쟁 - 국공내전 -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정도이다. 이 사건들 사이를 꽉 채워주는 게 바로 군벌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군벌은 누구인가? 정확한 정의와 배경은 시대마다 다르지만, 쉽게 이해하자면 중국 난세에 수많은 지역에서 등장했던 군사력을 가진 모든 세력들을 군벌로 보아도 무리 없을 것 같다. 특히 왕조의 창업자들은 예외 없이 군벌 출신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하지만 보통 '군벌'이라고 말할 때는 중국 근대사에 등장했던 세력들만을..
(2020_62) 오베라는 남자 - 프레드릭 배크만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오베라는 남자를 드디어 읽었다. 리디셀렉트 프로모션 덕분에 공짜로 읽은 마지막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표지를 참 잘 디자인한 것 같다. 소설에서 묘사되는 오베는 정말 표지에 있는 사람처럼 생겼을 거 같다는 생각이 마구 드니까 말이다. 오베는 까마득할 정도로 고지식하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까칠하다. 하지만 평생 아내 소냐만을 사랑하는 로맨티스트이기도 하다. 소냐를 떠나보낸 뒤 실의에 빠져 자살을 결심한 오베가 주변 이웃들과 여러 사건에 엮이면서 점차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는.. 그런 내용의 소설이다. 작가는 오베에 대해 처음부터 일관되게 주장하고 싶은 것 같다. "겉으로는 까칠하고 고집불통처럼 보이지만 사실 오베는 선한 사람이며 그가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과거에 이러이러한 사건이 있..
(2020_61) 떨림과 울림 - 김상욱 이 책의 부제는 '물리학자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세계 그리고 우리'이다. 이 한 문장이 이 책의 성격을 한마디로 요약해주고 있다. 사실 과학자가 쓴 에세이 정도로 생각하고 읽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단 과학적인 이야기가 많았다. 어찌 됐던 물리학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사실 어떤 직업인이든 자신의 업이 일정 부분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 될 수밖에 없는 거 같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물리 관련 내용보다는, 물리학을 가지고 어떻게 확장적으로 사고하는지가 더 흥미로운 책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칠까 한다. 의미나 가치는 인간이 만든 상상의 산물이다. 우주에 인간이 생각하는 그런 의미는 없다. 그렇지만 인간은 의미 없는 우주에 의미를 부..
(2020_60) 십자가와 초승달, 천년의 공존 - 리처드 플레처 이슬람이 발흥한 시기부터 근대까지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의 교류사에 관한 책이다. 저자가 영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양 진영의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일반적인 고정관념과 달리 그들이 늘 다툰 것만은 아니다. 끊임없이 교역을 했고, 활발한 번역을 통해 지적 세계를 확장하기도 했다. 어떤 지역은 두 종교가 물리적으로 공존하며 살아가야 했던 지역이기도 했는데, 오늘날 스페인과 레반트 지역이 바로 그곳이다. 그러나 천년이 넘는 세월을 부대끼고 살아왔음에도 그들은 진정한 의미의 공존을 이루어본 적이 없는데, 이는 꽤 흥미로웠다. 그리고 오늘날 둘 사이는 더 나아지기는커녕 악화되기만 했으니 적어도 내 생애에 양측의 화합을 보는 것은 난망한 일일 듯하다. 하루아침에 사이가 좋아..
(2020_59) 러시아 혁명사 강의 - 박노자 우리나라는 이념에 의해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다. 때문에 러시아 혁명과 공산주의에 대해 객관적으로 배우기 참으로 어려운 환경이다. 미디어에서의 담론에 있어서도 용어 오남용 문제는 심각하다. 거의 뭐 공산주의=사회주의=빨갱이=세금 많이 걷음=반재벌=반자본=규제.... 이런 막무가내식 아니던가? 최소한 어떤 사상을 비판을 하려면 그 배경과 역사, 그리고 무엇보다도 용어를 정확히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은 크게 레닌/트로츠키/스탈린/유럽 좌파 정당/아시아와 러시아 혁명/적색 개발주의 이렇게 6개의 주제로 나눠져 있다. 우선 그동안 희미하게 알고 있던 개념을 확실히 잡게 된 게 하나 있다. 마르크스에 의하면 자본가에게 국적은 무의미하다. 따라서 민족/국적보..
(2020_58) 잡노마드 사회 - 군둘라 엥리슈 이 책은 2001년에 쓰였다. 20년이면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뀔 세월이다. 어떤 것은 저자가 예견한 대로 되기도 했고, 어떤 것은 아직 진행 중이기도 하며, 어떤 것은 아직도 갈길이 멀다. 기본적으로 이 책은 인터넷의 발달로 네트워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인간에 대해 대단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그런 저자의 주장에 나는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우선 책의 제목은 잡노마드 사회이지만, 저자는 이 유목민적 특성을 비단 직업적인 것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그가 말하는 노마드성이란 사회, 문화, 정치, 경제 등 사회 모든 분야에서의 유연성을 의미한다. 21세기의 덕목인 이 유연성은 사회를 더 역동적이고 활기차게 만들 것이고, 이로 인해 (부정적인 면도 물론 있겠지만) 인간의 삶을 더 풍요로워질 것이..
(2020_57) 사기 인문학 - 한정주 사마천의 사기는 이미 너무도 유명한 책이기에 더 이상의 수식이 필요 없을 것이다. 사실 거의 모든 고대 중국사는 사기가 출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 다수였으나, 새로운 시각으로 보자는 마음으로 재밌게 읽었다. 책은 크게 6가지로 주제를 나누고 있다. - 성공학 : '시정잡배' 유방은 '영웅' 항우를 어떻게 이길 수 있었는가? - 창업과 수성 :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룬 진나라는 왜 그토록 급속하게 몰락했는가? - 전략 : 손자, 오기, 한신의 필승 비법 - 조직 관리 : 한무제, 상앙, 소하에게 배우는 승리하는 리더와 실패하는 리더 - 부의 비밀 : 범려, 백규 등 역사 속 부자들이 말하는 부의 법칙 - 권력의 본질 : 이사, 진섭, 여태후가 보여주는 교훈 어려서야 항우와..
(2020_56) 제0호 - 움베르토 에코 움베르토 에코의 마지막 장편 소설이다. 大기레기 창궐 시대를 사는 현대인으로서 언론의 어두운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소설의 배경은 1992년 밀라노이다. 그럼에도 여기서 언급되는 기자들의 각종 기사 작성 수법은 2020년 대한민국과 놀랍도록 닮아있다. 신문 도마니는 실제로는 창간되지 않을 신문이다. 단지 누군가를 위협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왜, 누구를 위협하려는가? 상황은 이렇다. 발행인 콤멘다토레는 금융계 거물들의 소셜 모임에 들어가길 원한다. 흔히 말하는 '사회지도층' 엘리트 그룹 말이다. 콤멘다토레는 창간 예비판 신문을 이용해서 자신이 그들의 치부를 폭로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그럼 거물들은 신문 창간 준비를 방해할 것이고, 그는 신문 창간을 포기하는 대가로 그들의 성역에..
(2020_55) 실행이 답이다 - 이민규 이 책이 첫 서평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 책을 읽는 도중에 이 블로그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인과관계를 따지자면 그 반대이긴 하다. 이전부터 나는 블로그에 서평을 써야지 하면서도 뭉그적거리고 있었다. 그래서 나의 귀차니즘을 행동으로 옮길 자극이 필요했다. 이 책은 그렇게 나에게 선택받았다. 저자는 실행력은 타고난 자질이 아니라 개발 가능한 기술이라고 주장한다. 마치 자전거 타기처럼. 그것이 사실이라면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이 있을 테니 말이다. 책은 크게 결심-실천-유지로 나누어 각 단계에 맞는 팁을 알려주고, 그 근거와 장점을 나열하고 있다. 조금 갸우뚱 하는 것도 있었고, 폭풍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다. 어쨌든 요점은 뭐가 됐든 일단 당장 시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