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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2021

(2021_21) 우리가 얼굴을 찾을 때까지 - C. S. 루이스

 

난해함을 떠나 소설 자체는 읽기 쉬웠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작가와 번역가의 역량이 돋보였다.

 

다 읽고 나니 마치 영화 한 편을 본 느낌이었다. 어떤 영화냐 하면, 딱 기생충은 영화 말이다. 기생충에서 감독은 영화 내내 여러 상징과 비유를 보여주고 있고, 그 의도를 굳이 숨기지 않는다. 다만 나는 눈치 없는 평범한 관객이라 이렇게 생각했다. "저거 뭔가 상징인 거 같긴 한데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는 모르겠다... 근데 이해는 안 가지만 그런 거 몰라도 영화는 재밌다." 이 책이 딱 그렇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태생적으로 신성을 믿는 프시케와 이성만을 좇는 여우 선생,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듯한 주인공 오루알. 결국 일련의 일들(!)을 통해 주인공이 마침내 신의 존재를 진정으로 믿게 되는, 뭐 그런 내용이다. 여기서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것은 이런 간단한 이야기를 프시케와 에로스의 신화에 살짝 각색을 했다는 점이다. 기존 신화의 세계관을 그대로 빌려와 원 줄거리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더욱이 기독교가 태동하기도 전인 고대 그리스를 배경으로 기독교적 내용을 입혔다는 점에서 탁월하다. 

 

우리는 볼 수 없음에도, 과연 신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가? 이 물음의 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이 소설에 의하면 답은 '그렇다'이다. 그럼 나의 답은 무엇인가? 나는 신이 존재한다고 믿지 않지만,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다. 단순히 보고 만져지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원래 인간이란 미완의 존재니까. 문득 브라운아이드소울 My Story의 첫 가사가 떠오른다.

"바람을 볼 순 없지만 분명히 느낄 수 있어 어디로 향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