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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2021

(2021_18) 황제뽑기 - 권중달

 

세번째로 읽는 자치통감 행간읽기 시리즈이다. 앞서 읽은 '중국분열'과 '위진남북조 시대를 위한 변명'에 비하면 재미는 덜하다. 계속 같은 스토리가 반복돼서 일까?

 

어렸을 때 중국은 만인지상 천자가 지배하는 절대권력 체제이고 일본은 천황을 앞세우고 실제로는 막부가 지배하는 이중지배체제라고 배웠다. 겉보기엔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이 먹고 다시 보니 결국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명분이 중시되는 동아시아의 정치체제에서 얼굴마담은 필수부가결했고, 그 얼굴마담이 제 역할을 못하게 되면 대권을 차지하기 위한 암투가 빈번히 일어나는 것이다. 중국의 역사는 중신들, 외척, 환관, 군벌이 목숨을 걸고 우위에 서려는 투쟁의 역사이기도 했다.

 

삼국시대와 위진남북조시대야 워낙 난세였으니 그렇다고 쳐도 한/당 양제국에서도 황제뽑기가 빈번했다. 결국 강력한 황권으로 중앙집권적 행정이 가능했던 시대는 막상 얼마 되지 않는 다는 뜻인데 이는 저자가 '중국분열'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맥락이다. 후대의 이미지 속에 한나라는 한무제, 당나라는 당태종의 이미지로 기억되지만 이는 제국 역사의 극히 일부, 그것도 잘나가던 찰나의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 역사의 페이지는 천자의 권위를 대신 차지하고 이를 공고히 하기 위한 그들만의 황제뽑기로 채워져 있다. 

 

하긴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몇년 전 대한민국도 비선실세가 좌지하지 하던 시절이 있지 않았나? 정치체제가 바뀌어도 권력을 향한 인간의 욕심은 변하지 않는다. 과장하자면 환관이 청와대로, 중신들이 행정부로, 군벌이 지방자치단체로, 외척이 언론으로 바뀌었을 뿐이고, 앞으로도 형태만 바뀔 뿐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