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읽는 재테크 책이다. 자칭 현금흐름주의자인 나로서는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자산가치의 상승보다 장기적인 현금흐름 창출력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면, 읽어 볼 책이다.
전체적으로 익숙한 내용들이라 읽는 건 금방이었다.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레버리지에 대한 설명 부분이다. 부동산은 자본 레버리지, 주식은 시간 레버리지가 좋은 자산이라는 설명은 꽤 신선했다. 자본에 대한 레버리지는 익숙한 개념이지만, '시간'도 객관적인 자산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레버리지 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변명하자면, 시간은 금이라고 말하면서도 진짜 그것을 금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저자에 따르면 부자는 자산의 크기가 아니라 현금흐름의 크기로 평가되며, 투자는 황금알(현금흐름)을 낳는 거위(자산) 농장을 운영하는 게임이다. 이 책에 소개된 내용은 전체적으로 공감 가고, 맞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현재 내 입장에서 실행할 수 있는 전략은 많지 않았다. 나뿐만 아니라 현재 대부분 사람이 해당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저자가 소개하는 전략은 어느 정도 순자산 기반이 마련된 사람에게 적합하다. 왜 그런가? 책에는 그런 내용이 없지만, 당연히 이런 투자전략(전세 레버리지, 미국 배당주, 금 실물/파생)을 '제대로' 실행하려면 내 집이 있어야 한다. 그것도 대출이 없거나 대출로 인한 cash out이 부담스럽지 않아야 한다(2021년 7월 현재 대한민국이 이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런 의미에서 현재 수많은 3040, 2030이 투자한 무주택 갭 투자는 저자의 시각을 빌려 보자면 결코 좋은 투자가 될 수 없다. 1. 내 집이 없는 상태에서, 2. 현금흐름이 창출되지 않는 투자에, 3. 대출을 최대한 끌어 cash out만 발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현금흐름 창출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자의 시각에선 최악의 투자다. 백번 양보해서 차익실현이 목적이라고 하자. 근데 과연 무주택 갭 투자라는 투자 방식은 차익실현에 최적화된 방법인가? 집값이 계속 오를 것 같으니 일단 전세 살면서 살고 싶은 곳을 갭으로 투자해놓고 자본을 좀 더 모은 뒤 입주하고자 하는 게 무주택 갭 아니던가? 거기에 집값이 오른 게 아니라 오히려 떨어졌을 때의 대책도 전무하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저자는 일관되게 진정한 부의 증가는 자산이 아니라 현금흐름의 증가라고 말하고 있다. 나도 거기에 적극 동의한다. 근데 여기에도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어느 정도의 순자산 기반이 있는 상태여야 한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면, 주식 배당으로 cash in을 만들고 월세로 cash out이 발생하여 순현금흐름을 감소시킨다면 현금흐름 중심의 투자의 장점이 훼손되는 것이다. 현금흐름 전략의 대전제는 cash out을 틀어막는 것이다. 계리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우선 손해율 관리가 되어야 신계약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욕조에 물을 채우기 위해서는 우선 배수구를 막아야 하는 법이다. 배수구를 막는 행위는 일정 부분의 순자산(혹은 시드머니)을 보유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순자산을 만들기 위한 전략, 분산투자로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리밸런싱 하여 적정 시점마다 차익 실현해 나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 책은 친절하게 각론을 이야기해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저자의 목적은 각론이 아니라 진정으로 부를 쌓기 위한 대전략을 제시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런 저자의 대전략에 적극 공감한다. 다만 이건 잊지 말자. 이 세상에 정답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듯이 투자의 세계도 그렇다. 홍춘욱 박사의 달러 중심의 위기시 원화 자산 저가 매수 전략, 나심 탈레브의 바벨전략, 모건 하우절(돈의 심리학 저자)의 무차입/소음 제거 전략 등, 자산 증식의 길은 다양하다.
그럼 무엇이 본질인가? 저 중 하나라도, 나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 혹은 혼합하여, 꾸준히 실행할 수 있는 투자 '외' 현금흐름 창출 능력(연봉 같은)을 확보하는 것과,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력이 결국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본디 진리를 입에 담기는 쉬운 법이다. 진정한 진리는 실천하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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