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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2021

(2021_34) 고려왕조실록 - 박영규

 

다시 읽기 시리즈! 이번엔 고려왕조실록이다.

 

고려의 역사 500년은 참으로 직관적이고 단순하다. 초기 200여 년은 성공적인 왕권 강화로 정치적 안정을 이루다가 이자겸이 대표하는 외척세력의 등장으로 조금씩 혼란스럽다가 무신정권 - 대몽항쟁 - 신진사대부의 등장과 조선의 건국으로 마무리. 중흥이라고 할 만한 시대가 없이 정점에서 조금씩 무너지다가 카운터 펀치를 맞고 쓰러지는 모습이랄까...

 

원래 그런 법이겠지만, 특히 고려사를 보면 권력의 균형을 잡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몸소 보여준다. 호족, 서경 세력, 외척, 무신 집단 등의 내부 세력에 거란, 여진, 몽골 등 외부 세력까지... 하기야, 현대에 헌법에서 보장하는 삼권분립도 실제로 제대로 작동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고려하면 새삼 놀랍지도 않은 결과다.

 

나이가 드니 고려가 좋다. 격동의 중세 동아시아에서 끝끝내 살아남고 사직을 500년간 유지시켰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나이 40을 향해 나아가다 보니 '줏대 있는 생존' 그 자체만으로 박수받을 일임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