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를 감명깊게 읽고 나서 야마구치 슈라는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런 그가 최근에 낸 책이기에(공저이긴 하지만) 별 고민없이 읽게 되었다. 이직한지 얼마 안된 내 상황도 한가지 이유이기도 했다.
꽤나 공감가는 내용이 많았다. 초반부터 두 작가는 일을 잘한다는 것에 있어 '감각'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한다. 감각은 쉽게 말해 기술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둘 다 중요한 요소지만 현대 사회는 그 어느때보타 기술적 능력에 초점이 맞춰지고 감각은 경시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적극 공감되는 바다. "현재 사회는 해답이 과잉된 상태이며 문제가 희소한 상태다(p.434)." 문제해결은 AI가 더 잘한다. 하지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인간이 더 잘할 수 있는 분야이다. AI가 점차 보편화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가볍게 넘길 말한 일은 아니다.
이 부분은 내가 사원 시절부터 고민하던 것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계리라는 분야가 테크니컬한 면을 강하게 요구하는 직종이다 보니 그런거 같다. 개인적인 경험을 비추어 보자면, 기술을 잘 아는 사람은 업무를 잘하고, 감각이 있는 사람은 일을 잘한다. 그런데 감각만 있는 사람은 아무것도 못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밸런스다. 감각이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커리어 초반에 기술적인 업무를 탄탄히 익힌 후 감각이 중요하다는 메타인지를 갖고 업무에 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메타인지가 아닐까? 대부분 그런 의식을 갖고 일하지 않으니 말이다. 나도 여기서 100%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 같다.
아무튼 감각적인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은 해가 갈수록 느낀다. 감각은 일 뿐만 아니라 인생 자체가 그렇다. 이럴수록 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맨날 역사서, 경제서만 읽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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