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fragile을 원서로 읽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은 탈렙의 글이 워낙 어렵기로 유명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원서는 겸허히 포기하고 번역서로 읽었다.
Antifragile은 행운에 속지마라보다 나중에 나온 책이기 때문에 나는 순서를 반대로 읽은 셈이다. 하지만 내용 이해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작가의 기본 사상은 동일하기 때문에 오히려 Antifragile에 대한 복습 효과가 있었다.
인간 이성에 대한 끝없는 회의와 운에 대한 작가의 확고한 신념은 여전했다. 과거에 일어난 일은 '확정'된 것이므로 '필연'이라는 상식에 그는 반기를 든다. 맞는 말임에도 인간은 늘 확정과 필연을 혼동한다. 확정은 사건 자체만 바라보지만 필연은 거기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과거에 일어난 일은 무수히 많은 가능성중에 선택된 하나이고, 현시점에서 확정은 되었지만 필연은 아니며, 얼마든지 다른 일이 일어났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늘 인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구조적으로 확률적 사고방식을 하지 못하기에, 우리는 늘 자연에게 혹은 신에게 겸손해야만 하는 존재이다.
나는 내 평생의 현금흐름을 추정하는게 취미인 사람이다. 구축된 로직 안에서 나의 미래는 늘 탄탄하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해 마진을 넣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지만 그 마진의 양이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작가의 말처럼 너무 많이 아는 것보다 오히려 모르는 것이 인생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나는 인간이고, 감정적인 존재임을 잊지 말자 - 나이 들고 자꾸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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