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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2021

(2021_08) 이란의 역사 - 유흥태

 

이 책은 이슬람 유입 이후 이슬람 혁명까지의 기간을 다루고 있다. 흔히 페르시아라고 하면 아케메네스조나 사산조를 떠올리곤 하는데 사실 그 이후의 일은 잘 알지 못했다. 흔히 아바스나 셀주크 같은 중세 왕조들을 페르시아의 정통을 잊는 왕조라고 생각하진 않으니까 말이다. 그런 면에서 한때 오스만과 자웅을 겨뤘던 사파비조는 오랜만에 등장한 페르시아의 적통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무엇보다 이란이 시아 이슬람 국가가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된 왕조이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역시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팔레비 왕조와 이슬람 혁명이다. 이란은 한때 서구화가 많이 진행되었다가 이슬람 혁명을 거치며 급격히 보수화 되어 '버렸다고' 많은 한국인들이 알고 있다. 물론 큰 틀에선 사실이다. 하지만 이란은 이슬람이 도래한 지 천년이 넘는 문명국가다. 팔레비 왕가의 위로부터의 서구화 전략이 왜 지지를 받지 못했던 것인지, 왜 급격한 서구화를 추구했는지, 왜 많은 이란인들이 호메이니를 지지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는 없었다. 이번 기회에 그에 대한 답을 알게 된 것 같다. 그들이 자랑스러워 마지않던 조국이 열강에 조금씩 침식당하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열강의 지원을 받는 팔레비 왕조가 주도하던 서구화 정책도 맘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 페르시아를 조선으로 바꾸고, 열강을 일본으로 바꿔서 본다면? 친일 정부가 주도하는 일본화 정책에 반발하는 조선인이 많지 많았을까?

 

역사적 사건을 함부로 재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역지사지를 위해 한번쯤은 시도해 볼만한 것 같다. 무작정 미개하다고 욕할 일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사정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