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역사책을 손에 집었다. 오스만 제국 찬란한 600년의 기록 - 국내에서 찾기 쉽지 않은 오스만 제국의 통사를 다루는 책이다. 오스만 제국에 대한 작가의 애정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세습 왕조를 기준으로 600년이라는 기간은 유목민족, 정주민족 가릴 것 없이 굉장히 긴 세월이다. 어떻게 오스만이라는 인물이 세운 작은 후국이 대제국의 반열까지 오르고 그 지위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을까? 그 키워드는 '유연함'이다. 오스만 제국은 이슬람 왕조치고 이슬람을 종교 외에 통치기술로서 사용한 흔적이 곳곳에 있다. 3대륙에 걸쳐 있는 지리적인 요인도 한몫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왕권 세습을 위한 형제 살해 제도, 기독교인 소년을 이슬람화 된 인재로 키우는 데브쉬르메 제도, 일종의 기부 체제인 와크프, 쿠라이시족이 아님에도 술탄이 칼리프를 자처했던 것 등등. 사실 제국 내에서 다양한 민족과 종교를 가진 신민들이 살아가고 있는 만큼 이슬람을 엄격하게 강요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컸을 것이다. 더군다나 발칸반도는 제국의 정치 경제적 중심부였다. 이러한 정신이 후에 무스타파 케말의 세속화 정책에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물론 세속화는 구체제를 무너뜨리는 입장에서 그가 선택한 정치적 전략이다. 하지만 정치적 전략이 그냥 하늘에서 떨어지는 법은 없다.
지금까지 난 오스만 제국은 술레이만 대제 이후 내리막길을 걷다가 1차 대전 이후 멸망했다고만 대략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저자에 의하면 술레이만 이후 오스만 제국은 중앙 통치 체제에서 점차 지방 분권화 및 관료 중심 체제로 체질 변화를 한 것일 뿐이다. 과거 왕조를 바라볼 때 전성기/쇠퇴기로 나누어 보는 것은 간편하다. 하지만 그만큼 편협한 시각을 갖기 쉽다. 오스만 제국에 대한 나의 시각을 조금이나마 넓힌 것 같아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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