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내내 저자는 위화감이란 표현을 쓴다. 일본의 눈부신 성공 뒤에 '이렇게 될리가 없는데', '이게 될리가 없는데', '이런 식으로 유지 될수가 없는데' 라고 느낄때마다 쓴 표현이다. 마치 2021년의 재테크 광풍을 보고 내가 느낀 감정과 똑같다.
1940년 체제 전시 동원 체제의 경제 버전이다. 일본이 가장 잘 하는 것이었고, 이게 시대를 잘 만나 잘 통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시대가 변하면서 그 용도가 다했다. 그러나 체질 개선을 하기엔 그동안의 성취가 너무 달콤했다. 그렇게 개혁에 실패하고 뒤쳐진다... 사실 우리나라랑 너무 똑같아서 할 말이 없을 정도이다. 아니 우리나라 뿐이랴, 중국이라고 다를까? 명이 있음 암이 있고, 달이 차면 기우는 법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당면한 과제, 특히나 파괴적인 저출산 또한 그동안의 고도성장에 대한 사회적 청구서라는 견해를 가진 나로선 딱히 놀랍지도 않았다. 혁명보다 개혁이 어렵다는 것은 이미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 바, 차라리 이참에 확실하게 붕괴돼고 다시 살길을 모색하는게 낫지 않겠냐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겐 무척 길고 힘든 시간이겠지만, 그것이 한국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지 않을까?
한편 저자는 열심히 일해야 부유해진다는 대원칙을 강조한다. 1980년대에 일본은 이것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였고, 그래서 그는 위화감을 느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현재와 똑같다. 최근 몇년간 경제적 자유라는 말이 엄청나게 회자되고 있지 않는가. 경제적 자유, 얼마나 좋은가. 다만 그 방법이 많이 왜곡돼었다고 생각한다. 성실하게 일하고, 자기계발하고, 저축 열심히 하고, 종잣돈 모아서 열심히 투자하고, 그렇게 하다보면 언젠가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젊은이가 몇이나 될런지. 이 한탕주의와 노력을 비하하는 태도는 우리 사회에 수년내에 반드시 청구서를 받게 할 것이다.
비록 일본의 경제사였지만 한국의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한국은 확실히 운이 좋았다. 노력도 충분히 했다. 성공도 해봤다. 이제는 실패할 예정이고, 처절한 반성의 시간이다. 확실히 망하면 부활할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애매하게 망하면 그마저도 없다. 정신 바짝 차리자. 그리고 낙관주의를 버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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