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로 유명한 오베라는 남자를 드디어 읽었다. 리디셀렉트 프로모션 덕분에 공짜로 읽은 마지막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표지를 참 잘 디자인한 것 같다. 소설에서 묘사되는 오베는 정말 표지에 있는 사람처럼 생겼을 거 같다는 생각이 마구 드니까 말이다. 오베는 까마득할 정도로 고지식하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까칠하다. 하지만 평생 아내 소냐만을 사랑하는 로맨티스트이기도 하다. 소냐를 떠나보낸 뒤 실의에 빠져 자살을 결심한 오베가 주변 이웃들과 여러 사건에 엮이면서 점차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는.. 그런 내용의 소설이다.
작가는 오베에 대해 처음부터 일관되게 주장하고 싶은 것 같다. "겉으로는 까칠하고 고집불통처럼 보이지만 사실 오베는 선한 사람이며 그가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과거에 이러이러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 류의 느낌이랄까? 어찌 보면 과거에 잠깐 유행했던 'B형 남자'라는 것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소설은 소설로 받아들여야겠지만, 만약에 현실에서 오베같은 사람을 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오베의 진가를 알만큼 가까운 사이가 아닌 이상, 상당히 불쾌한 사람임은 분명한 것 같다. 다짜고짜 화를 낸다거나, 자기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거나, 적반하장으로 나온다거나, 세상을 철저하게 이분법적으로 본다거나... 오베는 그런 사람이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오베는 여전히 앞뒤 꽉 막힌 고집불통 노인네일 것이다. 세상에서 오베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주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다. 마을 사람들, 그중에서도 정말 소수의 몇 명만. 그럼 인생은 그걸로 충분한 것인가? 여기에 대한 대답은 Yes라고 쉽게 답하지 못할 것 같다. 30대 중반을 사는 현재의 나로선.
나라는 사람은 실제로 어떤 사람일까? 나와 가까운 사람들은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나를 적당히 아는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책장을 덮고 나니 뜬금없이 '그럼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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