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갈때마다 베스트셀러 가판대에서 한 남자아이의 무표정한 표정을 볼 수 있었다. 눈에 띄는 표지인지라 늘 눈길을 끌었다. 이 소설이 2017년에 나왔으니 벌써 3년동안 자리를 차지한 셈이다. 얼마전에 와이프와 동네 교보문고를 갔을 때 또 한번 이 소년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정도면 표지 디자이너의 승리라며 이 책 한번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사전정보 없이 읽기 시작했다. 키신저의 세계 질서를 읽으며 과열된 나의 머리를 식히는데는 이런 얇은 소설이 안성맞춤이었다.
줄거리는 간단했다. 선천적으로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윤재라는 소년의 성장기. 윤재는 곤이라는 불량한, 하지만 사연이 있는 친구를 만나면서 한층 더 성장하게 된다. 겉보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무언가의 결핍이라는 공통점이 둘을 엮어 주었다. 감정이 없는 윤재와 부모와 사회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며 자란 곤이. 이들은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아이들이지만, 다른 평범한 아이들도 정도의 차이일 뿐 나름의 고민과 문제를 안고 있을 것이다. 사실 이건 아이만의 문제라기 보단 사회 구성원으로서 모든 인간이 해당되는 얘기이긴 할 것이다.
도라라는 아이도 등장하지만 여주인공이라기 보다 뭐랄까... 윤재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도구로서의 캐릭터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감정이 매마른 사람의 의심인가?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억지가 느껴지지 않으니 딱히 문제는 없을듯.
윤재는 곤이를 통해 우정이라는 감정을, 도라를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천천히 '배워가게' 된다. 그렇게 사람간의 관계를 배워가며 언젠간 윤재도 '평범한' 삶을 살아가게 될 테지. 평범함이란 것도 누군가에겐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가치이기에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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